부끄럼 없이1 접시꽃 당신/도종환님/시 접시꽃 당신 /도종환 /시 접시꽃 당신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 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 아침이면 머리 맡에 흔적없이 빠지는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늪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은 망초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 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드려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 2023. 5.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