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장병
보훈의 달 유월이 되니 월남 가서 전사한 잊지 못할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사촌 동생이다
1965년 어느 봄날 사촌 동생이 군에 있었는데 월남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월남 가는날 부산 제2부두에서 환송식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고향에 계신 숙모님이 내려오셨다
첫날 부산 제2부두 정문에 오전 8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엄청 기다려서 면회를 했다
그때는 우리도 맨손으로 부산에 와서 어렵게 살고 있을 때다
맛난 음식을 해서 가지고 가지 못했는데 주위에 떡장사가 많이 있었는데
떡을 사서 주었더니 얼마나 맛나게 먹든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는 월남 가면 다 전사하는 줄 알고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서울 경기도 경상도
부모님 다 오셔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그때는 배가 출발해서 15일 걸린다고 했다
그동안 배에서 갑자기 양식을 하면 배탈이 난다고 한다
모든 부모님이 살아있는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다는 느낌 같았다,
그런데 아침 8시에 갔는데 좀처럼 부두의 대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10시 반 정도 되었을까 부두 문이 열렸다
지금 내 생각에 문 넓이가 한 20m 되는 것 같다
그 넓은 문이 열리자마자 허부고 뜯고 부두 안으로 달려가는 부모님
중간에 넘어지는 사람 한번 더 아들을 볼 거라고 사생결단으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가서 면회를 할려니까 파월장병 모두를 배에 가득 싫어 놓았다
컨테이너 박스를 싫어 놓은 거 같았다
똑같은 얼굴에 똑 같은 모자에 똑 같은 군복에 도저히 동생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들은 말로 맹호부대 한 연대가 간다고 했다
군용 열차로 8량인가 9량 인가 장병을 싣고 들어 가는 걸 봤다.
뱃머리가 너무 높아서 얼굴을 가늠하지 못했다
모든 부모님이 이리저리 소 다니면서 난리가 났다
배에 타고 있어니까 밖에서는 접근을 할 수가 없다
환송식이 시작되었다
각 부대 높은 사람은 다 왔다
각 부대 군악대도 다 왔다
부산에 높은 사람 군인 학생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
환송식이 끝나고 출항을 해야 하는데 파도가 너무 심해서 정시에 출발을 못 한다고
방송이 나왔다 시간 여유가 좀 있었다
모두 다 자식들 먹이려고 온갖 음식을 준비해 왔는데 전해줄 도리가 없다
뱃머리가 너무 높아서.....
모든 부모님이 아들 이름을 부르며 손을 들고 왔다 같다 한다
모두 팻말을 만들어 맹호부대 이들 이름을 써서 들고 돌아다녔다
그 팻말을 보고 아들이 손을 흔들어 찾기도 했다
나도 빨간 손수건을 흔들어 사촌 동생을 찾았다
장병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머리를 섰는데 파월장병 환송식 푸랜카드를 뜯어서
길게 찢어서 자기 모자와 연결해서 위에서 내려 주고 밑에서 올려 주고 이렇게 했답니다
과일이고 과자고 던져 올리면 너무 높으니까 아까운 음식 바다에 다 떨어지고
그래도 바다에 떨어지면 떨어지고 이 판 사판이다
똑바로 먹어 보지도 못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12시가 되어서 차례로 점심 먹으러 배 안에 식당을 내려갔어요
그때 사촌 동생도 누나 내 점심 먹고 올게 하는 손 짓을 하고 내려갔는데....
배 떠나는 시간이 3시라고 방송이 나왔다
식사하고 올라오기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모습 보지도 못하고 배는 떠났다
뱃머리 돌릴 때 고동 소리 울리면 가는 장병이나 남은 부모님이나 모두 슬프다고
뱃고동 울리지 않고 떠난다고 했다
배 위에 탄 장병들이 오륙도 돌아갈때까지 손 흔들고 부모님은 부두에서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 흔들고 이제 마지막이라고 뒹굴며 울고 정말 정말 그 이별 잊지 못합니다.
환송식이 끝나고 시간 여유가 좀 있었는데 장병들은 심정에 있는 온갖 노래를 다 부르고
군악대도 맹호부대 노래 전우노래 해병대노래 고향노래 온갖 노래를 연주해 주었다
그때 유행 했든 노래가 노랫가락 차 차 차였다
그러고 나서 잘 갔다고 편지 받고 잘 갔다 올 줄 알았는데....
1967년 1월 귀국할 때 다 되어서 전사했습니다
그때 나이 25세 서울 모 대학교 장학생으로 들어갔는데 휴학게 내고 지원해서 갔는데
파병으로 차출되어서....
상냥하고 똑똑한 사촌 동생이었는데....
난 이런 아픈 사연을 잊지 못하고 있다
나는 무남독녀라서 사촌동생이지만 친동생과 같이 지냈다
그때 그렇게 월남 보내고 날마다 맹호부대 노래를 불렀다
지금도 노래 가사는 잊지 않고 있다.
맹호부대 노래가사
자유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키시다
조국의 이름으로 임들은 뽑혔으니
그 이름 맹호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
가 사는 곳 월남~땅 하늘은 멀드라도
한결같은 거래 마음 임의뒤를 따르리라
한결같은 겨래마음 임의뒤를 따르리라.
1965 년 4월 어느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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