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병원갔다 오면서 시장에 들렸는데 토종 열무가
물김치 꺼리로 너무 좋아서 한 단을 사 왔다
열무를 사 와서 김치를 담으려고 하니 큰어머니 생각이 난다
우리 큰어머니는 허리가 굽다 큰 집 밭과 우리 밭은
아래 위로 있었다. 큰어머니는 콩밭을 매다가
점심 때가 되면 열무를 한아름 뽑아서
옆에 끼고 집으로 와서 대추나무 그늘에 내려놓고
꽁 보리밥 한그릇 들고 우리집에 오셔서 같이 식사를 하신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열무를 다듬어 차가운 샘물에 께끗이 씻어서
굵은 소금을 철 철 뿌려놓고 또 밭으로 가서
밭을 매신다. 허리가 굽어서 매다가
일어섰다가 반복하신다,
해가 뉘엿뉘엿 하면 집으로 돌아와서
절여 놓은 열무를 깨끗한 샘물에 3번 씻어서 건져놓고
큰 장독뚜껑에 보리쌀 한 대박 담아서
우물가에 와서 팍 팍 씻어서 가마솥에 넣고 물 넉넉히 부어서
한소끔 끓여서 보리쌀 국물을 소쿠리에 바쳐 놓는다.
그리고 다시 쌀 넣고 밥을 한다. 텃밭에 가서
홍고추 따고 부추 배고 쪽파 뽑고
깨끗이 싯어서 마늘 다지고 고추 다지고 파 부추 송 송 썰고해서
건저놓은 열무와 살 살 버무려 옹기 항아리에 담고
식혀놓은 보리쌀 국물을 소금으로 쌈쌈 하게 간해서 김치에 부어놓는다
이튼날 아침에 큰어머니는 우물가에 물 길러와서
내이름을 부르며` ㅇㅇ야 물김치 잘싹었다 갔다먹어라` 하신다
나는 그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특바리를 들고
간이울타리{울타리에 구멍을 뚫어놓고 다니는길}로
큰 집에 가서 큰엄마 눈치 보지 않고
엄청 담아 와서 어머니하고 아침을 맛있게 먹고했다
우리집은 큰집과 아래 웃집이라서 울타리에
구멍을 뚫어놓고 다녔다
우리큰 어머니는 자기 자식과 조카를 차별 두지 않고
애정깊게 거두었다. 지금도 이 나이에 큰어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난다
큰아버지와 저의 아버지는1951년 장질부사로
큰아버지는 2월13일 우리 아버지는 3월 21일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큰어머니와 어머니는 자매처럼
서로 의지하고 살으셨다.
보기드문 동서간의 정을 갖고 있었다.
김치통에 담고 밀가루 끓인 물이 다 식어면 살짝 부어주었다
실온에 한 10시간 정도 지나서 냉장고에 넣었더니
정말 알맞게 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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